미성숙한 성년들에게 보여주는 ‘진짜 어른’의’ 모습.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전국을 넘어 전 세계에 울려 퍼진 일성.“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헌법재판소 소장 대행 문형배 판사는 “2024헌나8” 시작되는 판결문을 20여분 동안 읽은 뒤 11시 22분 주문을 낭독함으로써 판결을 끝냈다. 작년 12.3일 계엄 이후 무려 4개월 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국민들은 판결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이 판결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추천으로 임명된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털어도 털어도 티끌 하나 나오지 않은 가장 완벽한 공직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헌재판사로 임명되었다. 판사 생활 30여 년 동안 모은 재산이라곤 3억대. 왜 재산을..
‘선’ 넘어 존재하는 아비투스의 힘. 영화 ‘기생충’ 은 봉준호 감독이 줄곧 해왔던 작업, 즉 계급 문제를 다루고 있다.‘설국열차’의 세계관이 직관적인데 반해 기생충은 냄새, 선 등을 통한 생활양식에 대한 차이를 통해 구분되는 계급 문제를 그린다.‘기생충’ 은 희극으로 시작했다가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기택(송강호)의 가족은 첩보작전 하듯 상류층인 동익(이선균)의 집으로 틈입해 들어갔지만 결국 그들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문광(이정은)과 근세(박명훈)에 의해 종말을 맞는다. 이들의 야무진 꿈이 좌절된 것은 상류층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같은 계급으로 분류되는 을의 싸움에서 패했기 때문이고, 이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에서 명백하게 존재하는 ‘크랩 멘털리티’의 한 예이다. 크랩 멘탈리티(crab mental..
영화 밀양> 상처는 어떻게 반복되는가? 영화 ‘밀양’을 보던 중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신애(전도연)가 아이를 잃은 뒤 절망을 거듭하다가 지친 마음과 몸을 끌고 교회에서 앉아 통곡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을 보다가 ‘가슴이 아프다’라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의’ 비유가 아닌 실제 통증이라는 걸 새삼 알았다. 살아오면서 마음 아픔을 실제 흉통으로 느낀 적이 있어 낯설진 않았지만 그걸 영화에서까지 체험하게 될지는 몰랐다. 당시 극장 안에서 실제로 가슴을 맞은 듯 기침이 튀어나오는 통에 무척 곤란했었던 기억이 있다. 배우 전도연은 정말 칸의 여왕이 될만했다.그러나 그게 전도연의 최고의 연기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답하겠다.영화를 보는 내내 전도연이 보여준 탁월한 연기는 따로 있었기 ..
영화 시(Poetry)>. 타인의 고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소위 ‘씨네필’ 들은 꼭 몇 번씩 보는 작품이 있다.생각날 때마다 꺼내봐서 도대체 몇 회차를 본 건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는 작품 말이다. 개인적으로 그런 작품이 워낙 많지만 그래도 그중에 꼽으라면 우리나라 감독의 경우 이창동 감독, 봉준호, 박찬욱의 영화가 그렇고, 외국감독으로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드니 빌뢰브, 크리스토퍼 놀란, 고레에다히로카즈, 루벤외스틀룬드 감독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 특히 시나리오까지 외울 정도로 수 없이 본 영화가 있다. 이창동 감독의 시 poetry> 가 그렇다. 특히 시 poetry>는 영상은 물론이고 각본집도 촘촘하게 들여다봤으니 개인적으로 참으로 애정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대체..
영화 킬링디어 무고한 희생물에 투사된 인간의 잔인한 폭력성. 한 소년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한 남자의 호의를 받는다. 남자는 아이에게 호의를 베풀면서도 뭔가 자연스럽지 않아 보여서 그 모습이 마치 무언가 빚을 갚을 게 있는 사람처럼 보였고, 반대로 소년은 남자를 당당하게 대하고 있었다. 남자는 이제 막 심장 수술을 마치고 온 의사 스티븐( 콜린파렐 분)이고, 소년은 마틴 (베리 케오간 분)으로 이 남자의 수술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다. 영화는 이게 의료사고인지 실수인지 ‘분명하게 ’’ 말하진 않는다. 단지 스티븐이 어떤 일말의 책임의식이나 도덕적 채무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 플롯은 무척이나 익숙한데, 그 플롯을 펼치고 이..
영화 보통의 가족 보통의 가족이 감추고 있는 카인의 얼굴. 허진호 감독이라고 했다.허진호 감독이 가족 이야기를 한다고? 허진호 감독의 팬으로서 의아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이야, ‘봉테일’이라고 불리는 후배 감독 봉준호에게 그 타이틀을 슬쩍 넘겨줬을지 몰라도 허진호는 충무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디테일한 연출로 정평이 나 있는 감독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성을 유지하는 멜로의 정수이며, ‘봄날은 간다’ 역시 “라면 먹고 갈래요? ”, “넌 내가 라면으로 보이냐?” 등의 대사를 유행어처럼 남긴 멜로 영화의 명작이다. 그뿐인가 정우성과 고원원이 열연했던 ‘호우시절’은 마치 누구나 다 그런 사랑 한번 해봤을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아련한 사랑을 그렸다. 물론 세종과 장영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