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나라 인간 나라 중 종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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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원복 

출판사= 두산동아

신의 나라 인간나라

<가벼운 형식 속에 담긴 묵직한 이야기들>.

 

내 유년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책 한 권을 꼽으라면 그건 단연 사랑의 학교. 

당시 새소년이라는 월간지에 시관이와 병관이의 세계 여행(?)인가 모험인가 하는 만화를 연재하던

이원복 화백의 작품이었다. 

혹자는 명작도 넘쳐나는데 고작 만화가 기억에 남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그 책은 그 어떤 명작 못지않게 내게 진한 감동을 주었다.

꽤 고급한 양장본으로 하얀색 하드커버로 되어 있는 그 책은 전화번호부만큼이나 두꺼웠는데

워낙에 이야기가 재미있어 읽고 또 읽고 했던 기억이 난다. 

모두 스무 꼭지 정도의 각기 다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그 책은

당시 독서의 호흡이 짧았던 내게 읽기도 편해 독서습관을 기르는데도 도움이 됐다.

그 책에는 내가 만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남녀간의 사랑과 우정은 물론이고, 부모자식간의 사랑..만남.이별..은혜갚음..유명인의 뒷이야기..

인상적인 이야기가 가득했다. 

한참 책 읽기에 맛을 들였던 때라 밤 새 읽는 통에 아침에 학교 가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못했으니 내 젊은 모친은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모친의 눈치를 보느라 스탠드를 이불 안으로 들고 들어가 읽곤 했다. 

정말 재밌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1차 대전 당시의 폴란드 축구선수들 이야기였다.

1차대전 때 폴란드를 점령한 독일.

그 독일과 축구 대회를 벌여야 했던 폴란드.

독일군은 폴란드 축구 선수들을 모아놓고 독일을 이긴다면 모두 사살해 버리겠다고 협박한다.

그러나 폴란드 선수들은 응원하는 국민들을 보며 끝내 이겨버린다.

그리곤 마침내 그들은 나치의 총알에 쓰러져갔다.

그때 난 이야기에 빠져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울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나에게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나쁜 나라였고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했던 폴란드라는 나라는 내 기억 속에 정의로운 나라로 각인되었다.

그 때문인지 지난 월드컵 때 우리에게 패배한 폴란드에 동정심이 발동해 나머지 나라들은 모두 이겨주길 바랐었다..

그리고 드디어 폴란드가 미국을 완파했을 때!!

난 그때 그 폴란드 선수들이 나치의 독일선수들에게 설욕한 것 같은 쾌감을 느꼈다.

폴란드 파이팅!..

각설하고, 그렇게 이원복 선생의 사랑의 학교는 나에게 있어 평생 가슴에 남는 소중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보게 된 만화  신의 나라 인간 나라, 세계의, 종교 편””

사랑의 학교의 저자에 대한 신뢰감과 뿐만이 아니라 이미 먼 나라 이웃나라라는 만화로 작가로서

내게 일찌감치 크레디트를 얻은 이원복 화백에 대한 믿음으로 주저함 없이 책을 들었다.

신의 나라 인간나라 세계의 종교 편”은” 그 종교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비교적 잘 정리하고 있다. 

종교의 기원부터 기독교의 등장, 조로아스터교,흰두교, 불교, 등 종교에 대한 상식 이상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담고 있어

종교사의 개론서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역시 이원복!

난 무릎을 쳤다.

이렇게 만화를 그려내려면 저자가 종교사는 물론 문화사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을 뛰어넘어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 사고가 필요할 것이었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세계 4대 종교를 중심으로 잘 묘사가 돼 있어

그 어떤 교양서적에도 처지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의 종교 이야기(M&B)” 세계 종교 둘러보기(오강남 저,현암사)”같이

종교 관련 서적을 이미 본 사람이라면 다시 되새기는 효과를...

또 종교에 대해 궁금하거나 뉴스를 통해 귀가 닳도록 들어왔던 이슬람교의 시아파,회교근본주의자,라마단 등의 용어가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권할만하다..

읽는 내내 우리에게 이원복 화백 같은 저자를 가졌다는 게 마음 든든했다,

옥에 티라면 중간중간 내용이 중복되는 부분과 다소 산만한 정리를 들 수 있겠으나

산만한 정리의 경우 이야기의 극성을 따지다 보니 그리됐을 것이고 

중복 부분은 저자의 친절함이 넘쳤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참아줄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것들쯤은 무시해도 될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다. 

워낙 쉽고 재밌어 초등 고학년부터 어른까지 볼 수 있겠다. 

하여 아이와 부모가 같이 읽으면서 감상하고 토론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새삼스럽게 생각하는 것이지만 무언가를 쉽게 써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저자의 내공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원복 저자의 책이 늘 기대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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